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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종' 보도, 언론의 언어 이대로 괜찮을까요?

실개울4 2025. 4. 29. 13:52

며칠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하며 '선종(善終)'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죠. 뉴스를 보면서 어쩐지 평범한 죽음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이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신 분들 계실 거예요. '선종'이라는 단어, 과연 언론이 아무 설명 없이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선종',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고요?

우리는 보통 가까운 사람이 돌아가시면 '별세하셨다', 좀 더 존경하는 분이면 '서거하셨다'는 표현을 사용해요. 그런데 왜 교황님에게는 '선종'이라는 말을 쓰는 걸까요?

알고 보니 '선종'은 가톨릭 신앙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용어래요. 단순히 편안하게 돌아가셨다는 뜻을 넘어, 죽기 전에 종교적 의무(고해성사, 병자성사 등)를 다 하고 영혼에 큰 죄가 없는 상태로 생을 마쳤다는, 일종의 종교적인 '잘 죽음'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는 표현이라고 해요. 쉽게 말해, 하느님 보시기에 깨끗한 상태로 천국에 갔다는 신앙적 판단이 들어있는 말인 거죠.

 

세속 언론이 종교 용어를 그대로 쓸 때 생기는 문제

여기서 한번 생각해볼 지점이 생겨요. 대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이, 특정 종교(가톨릭)의 교리적 판단이 담긴 단어를 마치 일반적인 객관적 사실처럼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요?

  1. 중립성 훼손: 언론은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독자들에게 사실을 중립적으로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런데 '선종'이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언론은 스스로 특정 종교의 신앙적 관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보편적인 사실처럼 포장해 전달하는 셈이 됩니다. 이건 언론의 생명과도 같은 중립성을 스스로 해치는 일이에요.
  2. 종교적 특혜 부여: 언론이 특정 종교의 내부 용어를 비판 없이 사용하면, 마치 그 종교의 관점이 다른 것들보다 우월하거나 특별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어요. 이는 특정 종교에 공적인 영역에서 불필요한 특혜를 주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진실의 왜곡 가능성: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교황이라 해서 죽음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죠. 그런데 '선종'이라는 종교적 표현을 사용하면, 죽음의 현실 자체보다는 종교적인 이상이나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요.

대안은 없을까?

물론 언론도 교황님을 존경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적인 보도에서 특정 종교의 언어를 그대로 빌려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인물의 죽음을 표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품위 있고 중립적인 단어들은 얼마든지 있어요. 앞서 말한 '서거'나 '별세' 같은 단어들이 있죠. 이런 단어들만으로도 충분히 애도의 뜻을 전하고 고인의 삶을 기릴 수 있습니다. 굳이 "신 앞에 떳떳하게 갔다"는 식의 종교적 확신을 담은 표현을 쓸 필요는 없는 거죠.

세속 국가의 언론이라면, 공적인 언어 사용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세속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지켜야 합니다. 다양한 종교를 존중하는 것과는 별개로, 언론의 언어 영역에서는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마무리하며

언론은 진실을 전하는 곳이지, 특정 종교의 대변인이 아닙니다. '선종'이라는 단어 사용을 둘러싼 논란은 언론이 앞으로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모든 죽음 앞에서, 그리고 모든 진실 앞에서 언론은 오직 사실과 중립적인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점,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요.

출처: cpbc. https://www.youtube.com/watch?v=r6H0_q26f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