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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교황 건강 이슈 자서전<희망> 출간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이상 소식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가톨릭출판사를 통해 관련 서적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교황의 첫 공식 자서전으로, 표면적으로는 중요한 인물에 대한 출간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문제가 드러난다.

1. 교황 건강 이슈를 이용한 출판 마케팅 전략
프란치스코 교황은 80대 후반의 고령으로, 최근 몇 년간 대장 수술, 탈장 수술, 심한 무릎 통증 등으로 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건강 이슈는 언론에서 "교황 건강 이상"이나 "퇴임설"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가톨릭 매체들도 교황의 건강 경과를 상세히 보도하며 신자들의 걱정과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의 첫 공식 자서전 《희망》이 가톨릭의 희년 행사에 맞춰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원래 교황 사후에 출간될 예정이었던 이 책은, 교황의 건강 이슈로 높아진 관심을 활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엿보인다. 교황 즉위 12주년인 3월 13일에 맞춰 100여 개국에서 동시에 출간된 이 책은 대형 글로벌 출판 프로젝트로, 마치 영화 개봉이나 IT 신제품 출시처럼 미디어의 주목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교황의 건강 문제를 출판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교황의 입원이나 수술 소식은 신자들에게 기도와 걱정의 대상이어야 할 사건인데, 건강 이슈가 판촉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교황의 개인적 고통과 신자들의 염려를 상업적 관심으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2. 내부 인사들만 참여한 불공정한 출판 구조
교황 자서전 출간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는 출판 작업이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집필, 번역, 편집에는 가톨릭 내부 인사들만 참여했으며, 한국어판의 경우 공동 역자들이 모두 가톨릭 교계 인물이다. 출판사 또한 교계에서 운영하는 가톨릭출판사가 맡았다.

이처럼 내부 인력으로만 제작된 출판물은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명인이나 공적 인물의 전기를 출판할 때는 외부 전문가의 시각이 개입되어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만, 교황 자서전은 가톨릭 교회 내부의 시각으로만 제작되었다. 이로 인해 불편한 진실이나 비판적 평가는 담기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

또한, 내부 검열이나 자기검열의 위험도 존재한다. 교황의 자서전에는 교황청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이미지가 담길 텐데, 이를 출판하는 사람들이 모두 교황청과 긴밀한 관계라면 미화된 서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감한 주제나 교황에게 불리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축소되거나 빠질 수 있으며, 이는 독자들에게 한쪽 입장만을 듣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3. 가톨릭의 언론 장악 및 여론 조작의 역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희망》에 대한 비판 중 세 번째는 책의 가격 책정이다. 이 책의 정가는 34,000원으로, 일반 단행본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양장본이거나 분량이 많다는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출판 시장의 관행을 고려할 때 이 가격은 이례적이다.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약 20,000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보급판 기준으로 29,000원에 판매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교황 자서전의 가격이 눈에 띄게 높은 프리미엄 가격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높은 가격 책정은 가톨릭 출판사의 상업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책 가격이 높으면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이 경우에는 충성도 높은 신자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 관련 서적이라면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격 책정에 반영된 것이다. 교황의 말씀이나 삶이 담긴 책을 구입하는 행위는 신앙인들에게 단순한 소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활용하여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종교의 순수성과 상업적 이익 추구를 뒤섞는 결과를 낳는다. 34,000원의 가격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신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식과 영성을 전파해야 할 책이 오히려 장벽이 되어버린 셈이다. 교황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고자 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이나 보급판 제안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티칸이 프리미엄 전략을 택한 것은 상업적 의도가 깔려 있음을 의심하게 만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 이슈와 자서전 출간을 둘러싼 일련의 전략은 가톨릭 교회가 역사적으로 보여온 언론 관리 행태와 관련이 있다. 가톨릭 교회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통제하고 여론을 형성해왔다. 이는 중세부터 이어져 온 전통으로, 교회는 출판과 지식 전파를 엄격히 통제했다. 중세 유럽에서 성경은 라틴어로만 작성되고 성직자들에 의해 해석되도록 하여 지식의 접근을 제한했다. 활판인쇄기가 발명되자, 교회는 금서 목록을 작성하여 신자들이 읽어서는 안 되는 책들을 지정하고 검열했다.

언론과 미디어를 활용한 여론 형성 전략도 일찍부터 조직화되었다. 1622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는 ‘신앙전파성성(Propaganda Fide)’을 창설하여 가톨릭 교리를 체계적으로 선전하고 개신교 종교개혁에 대응했다. 이 기구의 이름에서 오늘날 ‘프로파간다’라는 말이 유래했을 정도로, 가톨릭 교회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힘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이미지 관리와 여론전을 펼쳐왔다.

근현대에 들어서 교회의 미디어 전략은 더욱 정교해졌다. 교황청은 바티칸 신문과 바티칸 방송을 운영하며 전 세계 가톨릭 소식을 자체 프레임으로 전달한다. 교회는 긍정적인 소식은 강조하고 부정적인 이슈는 축소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론을 관리한다. 예를 들어, 교황의 건강 문제는 교황청과 가톨릭 매체들이 입원 사실을 알리면서도 회복 중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여 신자들에게 불안감을 줄이려 했다.

이러한 패턴은 가톨릭의 대중 세뇌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정보 공급원이 제한되고 동일한 메시지가 반복될 때, 사람들은 비판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쉽다. 교회는 오랜 시간 자신들의 미디어를 통해 일방향으로 정보를 제공해왔고, 신자들은 교회가 전하는 말을 진리로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 측 메시지가 의도적으로 편향되어 있을 때, 신자들은 그 편향을 인지하지 못한 채 믿게 될 위험이 있다.

결론적으로, 교황 자서전 출간과 관련된 일련의 전략은 교회가 건강 문제를 관리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신자들이 교회가 마련한 틀 내에서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정보의 선순환이 아닌 교회 주도의 닫힌 회로에 가깝다.

출처: 가톨릭평화신문